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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강연회]남보다 오래 공부하면 정말 성적이 오를까? - 『핀란드 교실혁명』 박재원


- 박재원
게재일 : 2009-12-09 조회수 : 2,380
글·사진 / 김수영alive2277@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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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미래를 위한 국정 과제’인 저출산 문제, 그 해법으로 정부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양육 부담을 덜기 위한 공교육의 연장이라니, 다른 건 몰라도 교육받는 학생을 중심에 둔 발상은 아님이 분명하다. 일찍 교육시켜 한 명이라도 먼저 근로 전선에 투입하자는 요량인지, 무상교육은 고맙지만 일찍부터 무상한 시간만 보내고 있을까 겁난다. 교육자도 아닌 내가 교육 현실 운운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내 주변에 공부하는 중딩, 고딩들, 좀체 행복해 보이지가 않는다. 아침 자습, 9교시에 야자까지. 아무리 돌이켜봐도 어떻게 그 많은 수업을 버텨냈나 싶은 학창 시절, 나는 차마 ‘그때가 제일 행복한 거야, 이 녀석들아’라고 말 못할 것 같다. 그런 이야길 하는 사람들은 꽤 오래전에 학교를 다녔거나, 공부 따윈 상관없다고 외치던 자유로운 영혼(혹은 날라리)이거나 할 테지.

전선을 떠난 나는 추억에 젖어 후배들 걱정만 하고 있지만, 일선에서 해결책을 강구하고 현실의 벽과 싸우는 선생님들이 분명히 있다. 박재원 교육 소장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올바른 공부 ‘성공론’ 확산을 외치며 강연, 집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최근 핀란드 교육 성공 요인을 분석하여 한국화하는 작업에 열중이다. 이런 기획의 일환으로 지난 12월 2일 한겨레문화센터에서 『핀란드 교실혁명』 교육 강연회가 열렸다.

한국의 높은 학력, 너무나 고된 노동의 결과물

우리나라 사람들, 공부 잘하기로 유명하지만 진정한 1인자는 따로 있다. 바로 핀란드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시험인 ‘PISA’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핀란드가 부동의 1위를 거머쥐고 있다. 꼭 시험 성적이 아니더라도 최근 핀란드 교육은 좋은 교육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아이들의 입에서 ‘가고 싶은 학교, 재미있는 공부, 존경하는 선생님’이라는, 교육 방송에서나 들어볼 법한 말들이 쏟아진다니 믿기지 않을 만큼 이상적인 현장이다.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참담한’이라는 수식어가 종종 앞서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떠올려본다. ‘PISA’ 성적으로 보자면, 근소한 차이로 한국은 2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학생들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부가 제일 재미있어요.’를 외치고 있단 말인가?

역시 강의 전문가답다, 한 귀로 들어온 설명들이 바로 측두엽에 착착 저장되는 경험이랄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아래 박재원 소장의 설명을 참고하시라.

‘교육생산성’이란, 한 시간을 공부해 몇 점을 얻는지 시간당 점수로 산출한 것이다. 핀란드가 139점, 홍콩 151점, 한국은? 99점. 특히 수학의 시간당 점수는 처참하다. 65.6점. 이럴 수가. 이뿐이랴, 공부 효율화 지수는 30개국 가운데 24위! 맙소사. 박재원 소장이 띄우는 각종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우수한 성적이 얼마나 고된 노력의 결과물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전 세계 최고’ 좋아하죠? 네, 우리나라가 최고입니다. 핀란드가 7.07시간을 자습 시간으로 보내는데요. 한국은 그에 세 배 가까운 시간을 자습 시간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어떤 학생이 다른 학생에 비해 3배 더 공부한다. 그럼 경쟁이 될까요? 안 될까요? 세 배 더 많이 공부한 학생들은 SKY 갈 거고요. 그만큼 못한 학생들은 재수를 하거나 K대를 알아봅니다. K대라고 아십니까? 군대를 갈까 고민한단 말입니다.”

힘겹게 접어놓았던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

어느 교육 광고의 카피처럼 들리는 이 문장, 혹시 기억하는가? 영화 <국가대표> 주제가 중 한 구절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날아오르듯 점프하는 순간 음악과 함께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는데 이 장면은 예고편에도 실려 있다. “저희 집에서는요, 이 예고편을 아이들하고 매일 아침 같이 봅니다. (웃음) 다들 웃으시는데요, 유치하십니까? 저는 이 가사가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 할 바를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이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잠재력을 꽃피우는 것이니까요.”

박재원 소장이 안타까워하는 문제는 이거다. 실력, 좋다. 중요하다. 하지만 그 실력, 우리 학생들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 간신히 버티는 꼴이라는 거다. 꼭 그렇게 해야만 하나? 그런데 핀란드 교육을 들여다보니, 그들은 우리보다 적은 시간을 투자해 훨씬 좋은 성적을 얻고, 나를 위하는 공부, 인생을 바꾸는 공부를 하고 있더란 거다. 그럼 부러워만 하고 있을 것인가? 아니다, 뭐라도 하자는 거다. 한국화하자는 얘기다. 그는 이번 책을 내고서도 불만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단다. 핀란드가 대세인 것은 맞는데, 핀란드를 다녀오지도 않은 사람이 얘기한다고 시비 걸기 일쑤고, 사교육 업계에 있는 사람이 공교육을 들쑤신다고도 했다. 하지만 박재원 소장의 원칙은 분명하다. “핀란드에 대한 사대주의적 접근을 견제하고, 한국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 그러니까 무엇보다 학생 중심. 지금 우리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것이 그가 핀란드 교실 혁명을 한국에서 일으키려는 까닭이다.

그 전에 한국의 교육 현실을 살펴보자는 박재원 소장의 말에 어쩐지 장기하의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를 들려주마. / 오늘 밤 절대로 두 다리 쭉 뻗고 잠들진 못할 거다’ 그래도 똑똑히 보자. “제가 논문을 찾아보니까 이런 연구가 있더라고요. 우리나라의 중등 교육의 성과는 많은 시간 투입을 통해 얻어낸 성과이며, 교육의 효율성과 생산성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거의 바닥이랍니다. 이게 마치 60~70년대 경제성장 과정에서 이루어졌던 노동집약적 성장 과정의 복사판인 셈인데요. 그 당시 장시간 노동으로 많은 부작용이 생겼죠.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집니다. 성적 비관 자살, 이제 놀랄 일도 아니죠. 장시간 노동을 하다 보니 어렵고 힘드니까 이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는 학생이 대단히 많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통계자료들, 정말이지 충격적이다. 중, 고등학생 두 명 중 한 명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고, 열 명 중 한 명이 자살을 시도해본 경험이 있다. 지방 학교의 한 선생님은 한 반에 한두 명의 ‘자살 대기자’가 있다는, 끔찍한 표현을 쓰기도 했단다. 학생들이 박재원 소장에게 보낸다는 고민의 메일들, ‘아빠를 죽이고 싶어요’나 ‘죽고 싶어요’라는 문장이 마음에 콕콕 박힌다. “참담하시죠? 믿기 어렵겠지만, 현실이 이렇습니다. 내 아이는 과연 어떨까요? 이런 기사들 접할 때 요령을 하나 알려 드리겠습니다. 우리 아이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밤에 주무실 수 있을 겁니다.”

수업 들을 땐 알았던 문제, 시험 볼 때 못 푸는 이유

사당오락이라는 말이 있다. 네 시간 자면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 “우리나라 공부 생각들은 정말 구시대적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바꿔서 말합니다. 네 시간 집중해서 공부하면 붙고, 다섯 시간 어영부영 공부하면 떨어진다. 네, 아이들도 진화가 된 거죠.” 기억은 사람이 자고 있는 동안 저장이 된다. “기억하려면 반드시 휴식을 가져야 한다.”라는 게 그의 말이다. 이런 낡은 고정관념을 반증하기 위해서 우리의 두뇌 구조를 살펴보자.

우선, 박재원 소장이 낸 퀴즈를 풀어보자. “해설을 보거나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되는데 왜 실전에서는 문제가 풀리지 않을까요? 이런 경험 있지 않으십니까?” 정답은 없지만 대답은 여기저기서 날아온다. 맞아요, 맞아요, 정말 그래요. 박재원 소장은 기억과 관련된 두뇌 부위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여기 편도체가 있습니다. 의식하지 못하는 정서적 기억이 담겨 있는 곳입니다. 공부는 추억이 정말 중요합니다. 점수보다 공부할 때 느낌이 중요한 거죠. 즐거웠던 추억이 많으면 편도체가 플러스 신호를 보냅니다. 그런데 공부가 늘 지겨웠어, 그러면 공부할 때마다 ‘하지 마, 하지 마’ 신호를 보내는 거죠.”

출처: 대웅 헬스케어(http://www.daewoong.co.kr/webzine/user/hc_pcontent.asp?num=18)
대뇌피질 안에 들어 있는 측두엽은 다양한 지식과 정보가 보관되어 있는 창고라고 할 수 있다. 피각은 몸으로 하는 방법과 절차를 기억하는 곳이다. “어머님들, 요리 프로그램 보면서 아, 저건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으시죠. 그런데 따라 해 보면 잘 되나요? 볼 때는 이해가 되지만, 피각의 기억이 만들어지지 않아서 직접 해보면 안 되는 거예요. 수학은 손으로 풀어야 한다고들 하죠.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피각에 기억이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 그러는 겁니다.” 기억을 만들고 회상하는 역할은 해마가 담당한다. 해마를 다친 사람들, 드라마를 보면 많이 나온다. “기억이 안 나요.” 해마를 다치면 새로운 기억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해마를 거쳐 이미 측두엽 창고에 축적된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상실증에 걸려도 식구들은 알아보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자, 그럼 강의를 들을 때 뇌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일단 기억을 만들기 위해서 해마가 움직이죠. 그리고 측두엽에서 저장된 기억들을 끌고 오겠죠. 이해라는 건요. 측두엽에 저장된 정보와 해마에 새로 들어온 정보가 서로 연결고리를 갖는 것입니다. 이해의 편차가 있는 까닭은 측두엽에 기억된 정보가 다르기 때문에 누구는 이해가 되고, 누구는 안 되고 하는 겁니다.” “학습 속도에는 개인차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학생이라도 조건에 따라 학습 속도가 똑같지 않아서 정체할 때도 있고 비약할 때도 있다.”(p.94) “이때 편도체도 강하게 움직입니다. 맘에 드는 선생님을 보면 긍정적인 신호가 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생님들은 교단 앞에 서면 강압하고 통제하려고 합니다. 저 역시 강의할 때 딴 짓 하는 사람 보면 참기 어려워요. 아, 이제는 참을 수 있어요. 핀란드 공부하고 난 다음부터는요” (웃음)

“핀란드의 수업은 뒤처지는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고, 한 학급 안에서 두 학년에 걸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아이의 능력에 맞는 수업을 하도록 커리큘럼과 교재가 짜여 있다. 아이들은 자각 상태에서 배우고, 그룹을 짜서 서로 가르쳐주기도 한다. 한편 교사는 개별 지도에 전력을 다하는 동시에 격차가 큰 학생에게는 따로 보조 교사를 붙여 보충 수업을 하든지 선별 수업을 받게 한다. 이렇게 해서 학력차이가 큰 아이들을 가르치는 유연한 방법이 생겨난 것이다.”(p.95) 공부하다 생기는 문제는 너도 겪고 나도 겪는 일이 대부분이다. 책 펴놓으면 눈 감기는 건 당연지사요, 다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일들도 부지기수다. 이런 안타까운(!) 문제를 수없이 겪고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study hard! 더 열심히, 더 노력하라고만 할 뿐이다.

머리, 안 쓰면 퇴화된다

외국에서 진행된 원숭이 손가락 실험을 보자. (상상하면 살짝 끔찍할 수도 있다.) 원숭이 손가락에 각각 번호를 매겨 순서대로 자극을 한다. 그 자극에 반응하는 뇌 부위를 체크해 손가락과 뇌의 대응 지도를 만든다. 원숭이의 손가락을 잘라, 그 손가락에 대응했던 뇌 지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어떻게 되었을까? “자극이 없어서 반응하던 부위도 사라져버렸습니다. 여기 또 다른 실험이 있습니다. 원숭이의 손가락 두 개를 묶어놓았어요. 나중에 어떻게 될까요? 그 두 손가락은 따로따로 움직이질 못합니다. 두 개가 같이 움직이다 보니 뇌 부위가 통합되어 버린 겁니다.” 이 무시무시한 실험은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즘에 재미있는 게 너무 많죠. 재미있는 것만 좋아해요. 그럼 뇌가 그쪽으로만 발달하죠. 재미없는 건 더 재미없어지고, 나중에는 완전히 퇴화되는 거죠. 선생님 설명만 듣는 주입식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쪽으로만 뇌가 발달해서, 혼자 생각하는 힘이 점점 떨어져요. 설명 중독증, 인터넷 강의 중독증이 생깁니다. 고등학생들이요, 내일 모레가 수능인데 아직도 해설 강의 듣고 있어요. 스스로 문제 풀 때 필요한 뇌가 퇴화해서 못 쓰는 거예요.”

해결책은 한 가지. 공부에 재미를 느끼는 것. 재미를 붙여 뇌를 발달시켜야 한다. ‘재미있는 공부’라는 말이 핀란드에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몇몇 스타 강사들. 수업 듣는 아이들을 자지러지게 웃긴다. 강의실에 웃음이 만발한다. 하지만 이것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박재원 소장은 말한다. “스타 강사가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되레 일부는 학교 선생님을 가르치려고도 들죠. 너희들도 우리처럼 노력하라고요. 그들이 개인기로 공부에 지친 아이들을 모니터 앞에 붙잡아 두는 능력은 뛰어납니다. 놀지 않게 만드는 효과, 있습니다. 그런데 학습 효과는요? 절대 검증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공부했다는 느낌에 환호하는 겁니다. 혼자 있으면 십 분도 공부하기 어려운데, 놀지 않고 한 시간이나 앉아있었거든요. 문제를 풀고 못 풀고를 떠나 점점 생각하는 머리 자체가 퇴화합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되는데 그걸 안 해 봤어 → 어려워 → 다시 강의 듣고 쉽게 해설 찾는 일만 반복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저자처럼만 노력하면, 뭐든 잘할 수 있을 것처럼 광고하는 학습 서적들도 문제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떤 계기가 있죠. 계기가 발동하면 의지가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그게 카피가 될까요? 계기라는 건, 그 사람만의 독특한 체험입니다. 그걸 전해준다고 의지가 전해질까요? 그건 일반화시킨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학생들은 따라 하다 안 되면 이렇게 생각하죠. 아, 난 의지가 없어. 의지를 강화시킨다고 해병대 캠프 같은 데 들어갑니다. 달라지는 게 있을까요? 네, 피부 색깔은 확실하게 까매집니다. 그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다. 즐겁게 배우면 지식은 정착된다. 교사는 배운 지식을 점검하면서 학습 프로세스를 만들어주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정착된 지식의 양으로 잘한다 못한다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획득해가는 프로세스를 확실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이 핀란드의 수업이다.(p.112)

(주)비상교육 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님. 이날 교육을 향한 다부진 열정과 애정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실험을 살펴보자. 미국에서 개발된 CI(constraint induced, 강제 유도)라는 기법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학습된 비사용’. 한쪽 팔이 마비된 아이의 정상적인 팔을 못 쓰게 붙들어놓는다. 아이는 어떻게 할까? “마비된 손을 움직이려고 하겠죠. 그렇게 일정 기간 노력하다 보면 뇌가 움직입니다. 이때, 손상된 뇌 부위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위가 그 역할을 대체하게 됩니다.” 고로 많이 쓰는 쪽은 억제하고, 안 쓰던 뇌를 사용하라!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난이도를 정확하게 측정해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 포기해버린다. “프레델 링컨이라고, 엄마 뱃속에서부터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가 있어요. CI 기법으로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주니어 야구 대회 최우수 선수로 뽑히기도 했죠. 하지만 뇌와 사람의 행동은 일대일 대응관계라고 주장하는 국지론자들도 많아요. 망가지면 회복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아직 미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기법입니다”

결론은 의존적인 주입식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 아이들에게 말할 기회, 참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박재원 소장은 토론 학습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 안 되죠. 토론 학습이 효과적인 이유가 뭔가, 제가 논문을 뒤져봐도 아무런 얘기가 없어요. 그래서 제 스스로 답을 찾았습니다. 바로 쪽팔리기 싫어서 그렇습니다.” 독자들과 더불어, 나도 웃긴 했지만 이거 공감되는 구석이 있다. “누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람은 본능이 있죠. 말을 잘하고 싶지 않습니까? 반박하고 싶을 거 아닙니까. 생각할 수밖에 없죠. 내가 말을 못하면 바보 되니까. 비 사용된 두뇌를 그제야 굴리기 시작하는 거죠.”

저자는 핀란드의 수업 풍경을 보면서 주입식 교육의 해법을 모색했다. “그곳에는 선생님은 설명하고 아이는 구경하고, 이런 모습이 없습니다. 그건 기본적으로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설명을 해주긴 하지만 그 목적은 안내, 가이드일 뿐입니다.” 우리의 교육 현실을 되짚어보는 데만도 퇇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럼 핀란드는 과연 어떻게 다른 걸까. 그리고 그 하늘과 땅 차이라는 어마어마한 간격은 어떻게 만들어낸 걸까. “예전의 한 기자가 핀란드 학생을 인터뷰했습니다. 한국을 아냐고 물으니, 삼성, LG를 언급하며 안답니다. 기자가 한국 학생들은 시험 때만 공부한다, 시험 보기 위해 공부한다고 얘기했더니 핀란드 학생이 놀라워하면서 꼬치꼬치 묻더니 이렇게 말했답니다.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합니까? 조만간 한국 학생들이 폭동을 일으키겠네요.’” 이어 저자는 핀란드 교육의 특징을 다음의 다섯 가지로 꼽아 설명했다.

핀란드 교육, 이런 게 다르다

1. 학교는 가고 싶은 곳(교실 분위기)
“신종 플루 관련 보도를 보면서, 아이들이 플루 확산을 위해 대단히 노력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서로 뽀뽀를 하고 말이죠. 그거 보면서 좀 화가 났어요. 얼마나 학교 가기 싫었으면 그럴까. 자기 건강을 위협하면서까지 말입니다.” 학교 가기 싫다. 왜? 그것은 획일적인 통제가 싫다는 말이다. 그에 비해 학원은 어떤가. “돈 벌기 위한 목적이지만, 적어도 아이들 배려는 합니다.”

핀란드의 한 교실 풍경. 다른 학교 남학생이 들어와 여자 친구와 애정 행각을 벌이고, 어떤 아이는 수업 중간에 들어와 자리에 앉아만 있기도 한다. “깜짝 놀랐겠지만 차라리 이게 나아요. 남학생은 수업은 듣지 않지만 적어도 학교에는 나오고 있고요. 여학생은 대충이라도 수업에 참여하고 있고요. 그러다가 마음을 잡으면 달라지겠죠.” (…) 그 애들도 나름대로 학교에서 자기 인생을 찾으려는 것 같았다. 자포자기한 느낌이 아니었다. 그들이 학교 안에 있는 것은 ‘공부’가 싫어졌어도 학교가 기다려줄 거라는 안도감 때문이 아닐까. 이것이야말로 “한 명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는다”는 핀란드 교육의 증거이다.”(p.231)

2. 공부도 패션처럼(개인의 페이스 중시)
“수능 끝나고 엄마가 아들에게 옷을 사줍니다. 모처럼 비싼 옷을 지릅니다. 그런데 아들이 한마디 하죠. ‘엄마, 내 스타일 아닌데?’ 이러면 끝이죠. 안 입잖아요. 저도 가끔 그런 패배감을 맛봅니다. 옷 스타일, 인정하죠. 그런데 공부 스타일은 인정하려고 하지 않아요. 지문과 두뇌의 공통점이 뭔 줄 아십니까? 똑같은 게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 핀란드는 그런 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학습 속도는 지문과 두뇌만큼이나 다르다. 빠르고 느린 데로 맞춰주고 지지해줘야 한다. 노란색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노란 셔츠를 사다 주는 일처럼 말이다.

3. 자습하게 만드는 수업(수업과 자습의 통합)
핀란드 학교의 시간표는 제각각이다. 두 학년이 통합된 반도 있고, 긴 휴식 시간 후에 이어지는 수업도 있고, 학년별로, 학교별로 완전히 다르다. 복잡하긴 하지만 학습을 위해 최적화된 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한국에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교사도 교육이 필요하고 부족한 자료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습 시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까닭은 뭘까? “학생들이 자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요. 수업과 자습의 구분이 없으면, 공부하다 모르는 게 있을 때 바로 선생님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진도를 못 따라가는 학생이 있으면 특별 지도 교사에게 개별 지도를 받습니다. 자습을 스스로 계획하고 관리하는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입니다. 그건 소수밖에 되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소수가 잘하는 걸 평균이라고 착각하고 당연시하는 이상한 나라죠.”

4. 스스로 약속하는 학업 일정(수업 시간에 함께 세우는 공부 계획)
“이 정도 서비스 마인드를 우리나라 학교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근본적으로 학습 효과가 생길 수 있는 스케줄을 학교가 어느 정도 컨트롤해주면, 아이들 스스로 자기에게 맞는 학습 계획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박재원 소장의 생각이다. 많은 학생들이 공부 계획을 세우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봐왔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웠더라도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습 계획은 자기밖에 모르거든요. 안 하면 그만이지. 통제가 목표는 아니지만 실현 가능성을 높여주는 쪽으로 지도하고 도와줘야죠.”

5. 진정한 자기 주도 학습의 구현(학생 중심 수업)
“핀란드 학교 교실을 보면요, 어떤 아이는 놀고 있고, 저기서는 숙제하고 있고, 딴 거 하고, 우리말로 하면 개판이에요. (웃음) 그게 자기 주도 학습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사장이 결제 다하고, 악착같이 통제하고선 ‘자기 주도적으로 해라’, 시어머니가 통장 다 쥐고서 메뉴까지 결정해놓고 요리할 때는 ‘자기 주도적으로 해!’” (좌중 웃음)

정말이지 쉽지 않겠다. 그래, 박재원 소장도 그건 인정한다. 우리나라 교사들도 그런, 자기 주도 학습을 시키고 싶다마는 제도가 받쳐주지 않는다. 다음 주, 다음 달 시험 범위와 날짜가 떡 하니 나왔는데 우리 반만 자기 주도 학습을? 어렵다. 하지만 그는 의심해본다. “현실에서 이런 것들을 해볼 여지가 정말로 없을까요? 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교실에서는 문 닫으면 어쨌거나 선생님이 왕이니까요. 시험에 맞춰서 실정에 맞춰서, 할 수 있는 건 해보면서 제도 개선을 해나가야지 않겠습니까? 수능, 저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좋고 나쁨을 떠나 피해갈 수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수능을 핀란드식으로 교육할 수는 없을까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학교 선생님들 및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여러 독자가 강의실을 꽉 채웠다.

여기서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자

강의가 끝나고 진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수능은 획일화된 평가 제도입니다. 이게 개선되지 않으면 아무리 핀란드 수업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우리 교육이 개선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입시 역사를 보면, 해방 이후 대학 자율화 시도를 했습니다. 입시 제도가 끊임없이 뒤집힌 까닭은 공정성에 대한 시비입니다. 인정하지 않는 거죠. 획일적 평가가 문제가 되는데, 만약 이런 평가를 하지 않고 대학에 자율권을 주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하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거라고 봅니다. 지적하신 문제는 충분히 동의합니다만, 지금 당장 획일적 평가 제도 개선에는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수능은 전국 단위 표준 평가이기 때문에, 역전이 가능합니다. 내신 성적은 전과 기록인데 비해. 수능은 마지막에 보는 단칼 승부죠. 수능에 대한 희망 때문에 공부 포기 않는 학생들, 상당수 있습니다. 수능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을 접목해서, 수능을 통해 제대로 된 교육을 모색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핀란드 교사들은 자칫하면 무관심하게 보이지 않을까요?

무관심은 아닙니다. 부모들하고 소통하면서 보육 기능까지 담당하고 있거든요. 자율성을 인정하고 개성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핀란드 교실에서 자고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요?

인정합니다. 물론 주의는 주는데요. 우리처럼 통제하는 것은 아니고, 아이가 할 일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다룹니다.

핀란드 교사가 교사 교육 과정을 많이 가지고 있더라고요. 여기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십시오.

핀란드 교사와 한국 교사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핀란드는 연봉을 많이 주지 않습니다. 경제적 보상으로 교사를 뽑으면 교육에 관심 없는 사람이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핀란드에서 교사를 선발할 때 ‘아이를 정말 좋아하는가?’ ‘평생 학습할 의지가 있는가?’ 이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봅니다. 알고 있는 것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교사는 공부할 필요가 없지만 아이들의 다양한 욕구에 반응하려면 학습형 교사가 필요합니다. 우리 교사 환경은 많이 다르죠. 잡무도 많고, 연수가 있지만 승진과 연관되어 있어 자발적 교육이 불가능한 상태죠. 노력하는 교사가 권장되고, 배움의 과정이 교직에 나온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도록 유지시켜주는 제도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금 꿈같은 얘기죠.

결국 그런 게 보장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교사들만 잘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요? 저는 말씀하신 대로 아이를 좋아하는 교사고, 승진과 관계없이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저 자신의 교육 과정을 갖고 싶어도 획일적인 학업성취도 평가, 외부인 교원 평가 등이 지속되는 한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저도 그 한계를 충분히 공감합니다. 백 퍼센트 인정합니다. 이제까지 핀란드 교육은 너무 큰 얘기만 다뤄서, 말이 된다, 안 된다 그런 싸움만 해 왔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그런 관심의 줄기를 돌리고 싶었고, 지금은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교사 개인이 학교에 고립되어 있으면서 핀란드식으로 수업한다? 저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걸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는 방법이 있고, 제도가 개선될 때까지 그 부담감으로 의욕도 못 갖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전자라도 가보자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취지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강의실을 나가는 순간까지, 교육에 관한 뜨거운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선생님에게 아이들의 성장은 자신의 인생과 겹쳐져 있다

박재원 소장은 핀란드 혁명을 한국에 일으키기 위해 직접 행동하는 사람이다. 핀란드 교육의 장점과 커리큘럼을 모범 삼아 스터디 테라피(study therapy) 캠프를 열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고, 구체적으로 수능에 접목할 방법을 연구한 서적도 곧 출간할 예정이다. 이러한 혁명 방식이야말로 ‘할 수 있는 것이라도 우선 하자’는 그의 철학에서 비롯한 것이리라. 『핀란드 교실혁명』을 보며 그들의 자율적인 학습 체계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인터뷰하는 선생님들의 생각과 대답이었다. “선생님에게 아이들의 성장은 자신의 인생과 겹쳐져 있다”(p.167)고 말한 원작자 후쿠타 세이지의 통찰은 내가 이제껏 들어온 그 어떤 교육 명언보다 감동적이다.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아이는 있죠. 하지만 모두 뭔가 하고 싶어 해요.”(p.161) 나조차 내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던 사춘기 시절, 누군가 내게 헤를리오 선생님처럼 말해줬더라면, 조금 더 일찍 침착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선생님들의 그런 마음 씀씀이와 그들의 여유가 무척이나 부러웠더랬다.

정말 쉽지 않은 장애물이 중첩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교실의 분위기와 학생들이 보여주는 모습을 통해 내린 결론이다. 그 어떤 희생의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꼭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의 교실이 달라진다면 정말 너무도 얻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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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학력을 낳은 핀란드 교육, 교실에서부터 시작된다!

[도서] 핀란드 교실혁명
후쿠타 세이지 저/박재원,윤지은 공역 | 비아북 | 20091012

세계 최고의 교육 경쟁력을 가진 핀란드의 교실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교육개혁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단골 1위를 차지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