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세기 조선은 두 차례 왜란의 침입을 겪었다. 남북의 오랑캐라고 여겼던 이민족의 침입으로 인한 충격은 컸다. 무엇보다도 병자호란은 그 당시 조선인들에게 최대의 치욕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이러한 17세기를 전후한 전란의 체험은 이후의 평민 문학사 전개양상에 있어 평민의 문예의식이 표출된 다양한 문학 작품 및 양식을 생산하게 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임진왜란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병자호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병자호란은 7년간이나 계속된 임진왜란과는 다르다. 불과 2개월 사이에 제대로 한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삼전도에서 청나라 군사의 호령에 따라 인조가 ‘삼배구고두’라는 항복의식까지 치렀으니 치욕스러움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욱이 오랑캐라 업신여기던 만주족에게 당한 패배이니 더더욱 치욕스러웠다. 또한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인질로 잡혀 갔고, 척화파들이 삼양에 끌려갔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포로로 역시 끌려갔다. 병자호란이 그 뒤의 문학사에 끼친 영향의 본질을 좀 더 정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척화파의 상징적 인물 김상헌이 남긴 남한기략, 주화파의 대표적 인물 최명길이 남긴 병자봉사, 당시 강화도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어한명이 쓴 강도일기, 심양에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 일행의 8년간 억류 기록인 심양일기 등 균형감을 가지고 읽을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우선 김상헌의 남한기략에 대해 읽은 결과물을 상재한 것이다. 원문과 해석본을 싣고 해석본에 따른 방대한 각주까지 달아 남한기략을 샅샅이 파헤쳤다. 책의 말미에는 해제와 남한기략의 영인본을 수록하였다. 또한 부록으로 송시열의 남한기략 발문과 척화파의 입장에서 본 병자호란의 기록을 풀어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