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집이 두 번째가 되겠다.
첫 시집 『고라니가 맑은 눈은』을 세상에 내어 놓으면서 행여 거들떠 보아주는 눈길이 있으러나 엉뚱한 기대를 해보았으나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 시집도 또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나는 계속 시를 쓸 것이다. 시 쓰기가 참 어렵다. 어렵게 쓸려고 해서가 아니고 쉽게 쓸려고 하니 더욱 그렇다.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 시를 왜 쓰느냐고도 할 것이다. 내가 즐기면서 쓰는데 왜 쓰느냐고 물어서는 안 된다.
첫 시집의 머리말에서 쓴 말이다. 요지음의 시가 너무 주지적이고 관념적이어서 난해하다고 하였다. 시는 누구에게나 정감이 가고 음미하면서 그 맛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월간 문예지에 발표된 시편들이 하나같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소리뿐이다.
그래도 그렇게 써야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월간 문예지에 추천을 받게 되는 모양이다. 참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을 혼자서 해본다.
세상에는 시인이 너무 많은 것도 같다. 넘쳐 나는 것 같다. 그 많은 시인 중에서 나도 시인으로 행세하려면 마땅히 시를 그렇게 써야 할 일이다. 그런 시를 못 쓰면서 시인 행세하기를 심히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 성종화, 자서(책머리글) <부끄럽지 않기 위해> 중에서

자서
제1부 과수원의 봄다래나무 잎 피면
영춘迎春
과수원의 봄
그런 여인이면
백자白磁
나들이 길
그녀
편지
꿈
반려자伴侶者
구름에 달 가듯이
간이역 풍경
수화手話
조반朝飯
저녁밥
무늬향
김해서 오는 경전철
시詩의 소리
내 시에는
치매 걱정 안 해도
고향 이야기
제2부 소녀, 꽃길에 묻히다
기둥나무의 결
꽃
소녀 꽃길에 묻히다
수평선
서西로 나는 새
호수로 산이 내려와
그 철길은
강물에
십일월의 강
강변길·1
강변길·2
농촌풍경
청靑무
서창西窓에
낙엽을 밟으며
보도 위의 은행잎들
가을 산행
삼지구엽초
가을 밤
산사의 밤
하산 길
길을 따라서
저문 들녘에서
제3부 고향의 언덕
바다가 있는 도시
구포에서·1
구포에서·2
동래 학춤
잉걸불
산장에서
산이 묻는다
산을 보고 있으면
여름 산
불타다
청산별곡
적란운積亂雲
술은 늪이다
마당에 돌아와
그림자
돌아보다
그를 보내며·1
그를 보내며·2
고향의 언덕
가벼워지게
옷을 버리다
작은 집
경계선에서
재개발 빈터에서
제4부 흔적
수도修道
송뢰松?
산발散髮
여백餘白
동행同行
점안點眼
춘정春情
잔월殘月·1
잔월殘月·2
세월歲月
한가閑暇
무상無常
흔적痕迹
회귀回歸
여생餘生
탈각脫殼
계산計算
일상日常
택배宅配
해설 | 성종화 시의 세 단계 시 세계_강희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