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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망
- <김원일> 저
- 열아홉 살 때 할머니는 모화땅 상처한 홀아비에게 처녀 시집을 왔다. 할아버지는 손 귀한 집안 외동아들로 겨우 호구나 면하는 가난한 소작농이었고, 할머니와 혼례를 치렀을 때는 시체말로 이가 서 말이나 된다는 나이 서른하나의 늙은 홀아비였다. 할아버지는 죽은 전처와 사이에 자식이 없었는데, 뜨내기 방물장수 소개로 할머니에게 새 장가를 들었던 것이다. 들은 바로 증조할아버지는 모화땅 천석꾼인 최부잣집 종이었다 했다.
열아홉 살 때 할머니는 모화땅 상처한 홀아비에게 처녀 시집을 왔다. 할아버지는 손 귀한 집안 외동아들로 겨우 호구나 면하는 가난한 소작농이었고, 할머니와 혼례를 치렀을 때는 시체말로 이가 서 말이나 된다는 나이 서른하나의 늙은 홀아비였다. 할아버지는 죽은 전처와 사이에 자식이 없었는데, 뜨내기 방물장수 소개로 할머니에게 새 장가를 들었던 것이다. 들은 바로 증조할아버지는 모화땅 천석꾼인 최부잣집 종이었다 했다.
"…… 내가 니를 업고 호계 시누이집으로 가서, 니 할메한테울미 불미 얼매나 애원했겠노. 지발 집에 오셔서 내하고 같이 계시자꼬 말이다. 그래도 씨가 믹혀 드가야제. 순사도 어데 거게마 가는줄 아나. 여게가 성모 여동상 집이라고 여게도 자주와서 분탕을 친다 카미, 거게나 여게나 똑같다고 한사코 안 올라 카더라. 그때는 니 할메가 귀신한테 씨었는지 죽자살자 내 얼굴을 안 볼라 안카나. 말 같은 메누리가 이 집 귀신 댈라고 간택되는 바람에 멀쩡한 서방 죽고 자슥까지도 좌익에 미친갱이가 됐다고 동네방네 나발을 불고 댕기니, 시집 잘못 온 죄밖에 읎는 내 팔자가 와 그래 서럽던동……"
그날 저녁, 고모가 할머니 유품을 정리할 때, 할머니가 사십여 년을 차고 다닌 낡고 닳아빠진 비단 꽃주머니 속에서 동전 삼백 원과 증명서 한 장이 나왔다. 모서리가 닳은 그 증명서는 누렇게 색바랜 아버지의 손톱만한 흑백 사진이 붙은 '보도연맹 가입증'이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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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문학전집 수필 16
- <이광수> 저
- ?출처 및 정보
1929년 3월「아희생활」제4권 제2호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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