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시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전라남도 강진에 있는 대지주의 5남매 중 맏이로 태어나 한학을 배우며 자랐다. 강진보통학교를 다니면서 13세의 나이에 결혼하였으나 1년 만에 사별하였다. 본관은 김해(金海)이다. 졸업 후 1917년 휘문의숙에 입학하였으나 1919년 3·1 운동 때 학교를 그만두고 강진에서 의거하다 체포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다음해 일본으로 건너가 아오야마학원 영문학과에서 공부하다가 간토 대지진 때 귀국하였다. 1926년에 두 번째로 결혼하였다. 1930년 정지용, 박용철 등과 함께 《시문학》 동인에 가입하여 동지에 여러 시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시작하였다. 대표작 〈모란이 피기까지는〉은 이 무렵 쓴 시이다.

판권 페이지
목차
김영랑 시집
가늘한 내음
강선대(降仙臺) 돌바늘 끝에
그 색시 서럽다
꿈밭에 봄 마음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옛날 온 꿈이
눈물에 실려 가면
뉘 눈결에 쏘이었소
다정히도 불어오는 바람
두견(杜鵑)
모란이 피기까지는
무너진 성터
물 보면 흐르고
밤 사람 그립고야
뵈지도 않는 입김
佛地菴抒情[불지암서정]
빠른 철로에 조는 손님
사개 틀린 고풍의 툇마루에
사랑은 깊으기 푸른 하늘
산골 시악시
숲 향기 숨길
시냇물 소리
쓸쓸한 뫼아페
애닯은 입김
어느날 어느때고
언덕에 바로 누워
오―매 단풍 들것네
오 월
외론 할미꽃
저녁때 외로운 마음
제야(除夜)
좁은 길가에 무덤
청명
푸른 향물
함박 눈
향내 없다고
허리띠 매는 시악시
황홀한 달빛
눈물 속 빛나는 보람
그대는 호령도 하실 만하다
님 두시고 가는 길
떠날아가는 마음의
미움이란 말 속에
바람에 나부끼는
뻘은 가슴을
생각하면 부끄러운
아파 누워
언덕에 누워
설운 소리
온몸을 감도는
풀 위에 맺어지는 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