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거센 어느 날, 동트기 직전 피레에프스 항구의 한 카페. 젊은 지식인인 화자는 몇 달간만이라도 책들은 치워 버리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결심한다. 그가 배를 기다리며 단테의 《신곡》에 막 몰두하려고 할 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다. 고개를 돌려보니 한 60대 남자가 유리문 너머로 그를 보고 있다. 남자는 다짜고짜 다가와 자신을 데려가라고 요구한다. 생각지도 못할 수프를 만들 줄 아는 요리사이자 꽤 괜찮은 광부이며, 산투르 연주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 남자가 바로 자유인 알렉시스 조르바이다. 화자는 그의 도발적인 말투와 태도가 마음에 들어서 그를 갈탄 광산의 채굴 감독으로 고용하는데…….
이 책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문화심리학』(21세기북스)는 그림과 사진, 심리학적·사회문화적 통찰이 총망라되어 있는 크로스오버 도서로, 전방위적 행보를 보여온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예술가적 면모를 본격적으로 선보인 첫 책. 지난 4년간 축적해온 내면의 사유와 성찰이 지성과 감성, 예술성을 아우르는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표지 그림 ‘외로움과 그리움 사이’ 역시 김정운의 작품이다. 나이 오십 넘은 남자가 홀로 밥해 먹고 빨래하며, 남는 시간은 오롯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서툴지만 개성 있는 그림은 우리 삶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내며, 심리학적 분석이 담긴 글을 통해 ‘자아’와 ‘세계’에 대한 주체적 성찰로 완성되었다. 거기에 일상의 찰나를 포착한 사진과 촌철살인의 유머가 더해져, 유쾌하고 편안한 ‘인간 김정운’의 면모까지 친근하게 담아냈다. 각 글의 말미에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한 키워드들이 수록되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